더운 날씨가 난자 수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요?

나이, 난소 예비력, 과배란 유도 프로토콜.
IVF에서 난자 채취 수와 관련해 가장 익숙한 요인들입니다.
최근 한 연구는 여기에 조금 낯선 질문을 하나 더 얹었습니다.
난자 채취 전 환자가 노출된 기온도 영향을 줄까요?
연구진은 2018년부터 2024년 사이 첫 IVF 또는 ICSI 주기를 받은 여성 58,468명을 분석했습니다.
난자 채취 전 대기 기온과 이후의 난자·수정 결과가 어떤 관계를 보이는지 확인한 겁니다.
다만, 계절별로 IVF 결과를 단순 비교하는 방식은 아니었고, 난자 채취 1주 전, 2주 전, 3주 전, 90일 전처럼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여러 기간을 나눠 기온 노출을 따져봤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기온이 높을수록 난자 수는 조금씩 줄었습니다
전체 분석 대상에서 기온이 높을수록 다음 수치가 감소했습니다.
- 총 채취 난자 수
- 성숙 난자(MII) 수
- 2PN 수정란 수
예를 들어 90일 노출 기간을 기준으로 보면, 체감온도가 1°C 오를 때마다 각각 아래와 같은 정도로 감소했습니다.
- 총 채취 난자 수 약 0.20% 감소
- 성숙 난자 수 약 0.17% 감소
- 2PN 수정란 수 약 0.19% 감소
효과의 크기 자체는 크지 않았지만, 5만 명이 넘는 규모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오히려 더 흥미로운 건 '변하지 않은' 지표였습니다.
채취 난자 수는 줄었는데도, 정상 수정률과 배반포 형성률은 기온과 유의한 연관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기온이 높았다고 '난자의 퀄리티가 떨어진다'로 정리할 수 있는 결과는 아닌 셈입니다.
기온은 IVF 과정의 앞단, 그러니까 확보되는 난자의 '개수' 쪽에 주로 걸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호르몬이 그 사이를 설명해 줄까요?
연구진은 기온 노출과 난자 수 사이 어딘가에 기저 성호르몬이 자리하여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펴봤습니다.
분석 결과 LH(황체형성호르몬)가 이 연관성을 부분적으로 매개하고 있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고,
FSH(난포자극호르몬)와 E2(에스트라디올) 역시 잠재적인 호르몬 경로로서 함께 검토됐습니다.
물론, 직접적인 생물학적 기전을 밝혀낸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계절에 따라 IVF 결과가 다르더라' 수준의 일상적, 경험적 관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점이 이 연구를 흥미롭게 만듭니다.
즉, 아래와 같이 후속으로 확인해 볼 만한 경로 하나를 남긴 셈입니다.
- 대기 기온 → 호르몬 반응 → 난자 수
그럼 더운 시기에는 IVF를 피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이 연구는 후향적 관찰 연구이고, 기온이 난자 수를 떨어뜨린다는 인과를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기온 노출도 환자의 거주지를 기준으로 한 환경 데이터로 추정한 것이며, 실내 냉방, 야외 활동 시간, 직업상 고온 노출 같은 변수까지는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날씨를 보고 IVF 일정을 잡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연구가 흥미로운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연구가 던지는 질문의 범위입니다.
IVF 주기에 영향을 주는 요인, 어디까지 봐야 할까요?
그동안 IVF 연구는 환자 특성, 난소 예비력, 치료 프로토콜, 랩 환경에 집중해 왔습니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이번 연구는 그 그림이 환자가 치료 전에 지나온 환경까지 조금 더 넓어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관찰된 효과가 미미하고, 추가적인 검증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난소 반응을 좌우하는 수많은 요인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 볼 계기로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